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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인가제 폐지' 논쟁 재점화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03 15:30

수정 2015.05.03 15:30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논쟁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달 중 요금인가제 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를 둘러싼 국회 내 갑론을박이 뜨거워지면서다. 이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요금인가제를 대표적인 사전규제로 규정, 요금경쟁을 유인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관련법 개정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인가제, 요금경쟁 유인 못해"

3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관련업계 따르면 전 세계 237개국 중 121개국에 시장점유율 50%를 넘는 이동통신사업자가 존재하지만, 이들 국가 중 이동전화 요금 인가제를 운영하는 곳은 우리나라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국내에서 요금인가제를 적용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명확한 정의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정부 규제의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요금인가제는 정부가 통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을 인가하는 제도로 이동통신에서는 SK텔레콤, 시내전화에서는 KT의 요금이 정부의 인가 대상이다.


새로운 요금제를 만들거나 요금을 인상할 때 인가를 받는다.

나머지 사업자들은 통상 신고만으로 새 요금제를 낼 수 있다. 지난 1991년 도입된 요금인가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초기에 대폭 낮춰 후발 통신사업자를 시장에서 몰아낸 뒤 요금을 대폭 올려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하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오히려 통신사업자들 간의 묵시적인 가격담합을 조장하고 요금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 속에 2000년대 초반 부터 폐지 압박을 받아오고 있다. SK텔레콤이 정부의 요금 승인을 받으면 KT와 LG U+가 이를 모방해 요금을 책정하는 등 '요금담합제'로 변질됐다는 얘기다.

국회 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요금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사전규제이지만 정작 '전기통신사업법' 상 시장지배력 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시장지배력을 측정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경쟁상황평가와 요금인가제의 연계성도 명확치 않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사전규제인 요금인가제는 (이동통신 사업자 간) 요금경쟁을 할 유인이 크지 않다"며 "사업자들의 전략적인 요금제 출시와 시장에서의 성과가 연결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유보신고제' 카드 만지작

통신 경쟁정책을 집행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요금인가제를 급격히 폐지하는 대신 '유보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즉 기존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만 적용됐던 인가제를 신고제로 변경하되, 일정기간 동안 정부가 보완을 요구할 수 있도록 요금제 신고를 유보하는 제도다.

그러나 유보신고제 역시 기존의 요금인가제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규제완화 효과가 낮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요금인가제가 요금인상의 상한선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규제의 잣대를 완전히 거둬들일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 산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가 민간시장의 요금인가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소비자나 국회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정부를 향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규제를 쥐고 있는 동안에는 국회와 소비자의 요금인하 요구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서도 이견 '팽팽'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에는 서로 상반되는 내용의 '요금인가제 폐지 법안'과 '이용약관심의위원회 설치 법안'이 동시에 계류된 상태다. 미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최근 5년 간 정부로부터 인가·신고받은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를 비교해보니 평균 요금 차이가 5% 수준에 불과했다"며 "지금은 이동통신 3사의 요금인하 경쟁이 충분히 가능한 만큼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당 우상호 의원은 미래부에 이용약관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미래부 장관이 이용약관 변경까지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요금인하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개정안은 인가제 폐지 흐름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내용이어서 향후 법안심사 논의 단계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미방위 관계자는 "국회 안에서는 요금인가제 개정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방향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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